지난 주말(25~6일)은 축구팬들에게 잊지못할 하루였습니다. 역사상 최초로 한국 유럽파 선수들이 거의 동일한 시간대에 무려 9명의 선수가 출격했기 때문인데요. 사실상 '코리안 데이' 라고 해도 무방 할 정도였습니다. 이날 대부분의 선수들이 경기출전 명단에 포함이 됐고 또 선발 출전 선수들이 평소에 비해 급증했습니다. 특히 축구팬 입장에서는 동일 시간대에 경기들이 펼쳐지는 바람에 어떤 경기를 봐야할지 고민을 하는 기분좋은 상황까지 연출됐습니다. 또 단순히 경기에 출전한것 만으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유럽파 대부분이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보는 내내 축구팬들을 기분 좋게 만들었습니다.
먼저 가장 많은 스포트 라이트를 받았던 선수는 단연 지동원 입니다. 다른 선수들의 활약을 묻히게(?) 할 정도로 상당히 좋은 활약을 펼친것이죠. 아시다시피 아우크스부르크의 지동원은 6개월 뒤 이적하게 될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골을 넣는 진기한 상황을 연출 했습니다. 이날 교체 명단에 포함된 지동원은 후반 70분 그라운드로 들어섰고 2분뒤인 후반 72분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헤딩으로 마무리 하며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사실 경기 전부터 지동원이 골을 터뜨리는 것은 내심 기대했던 장면이긴 하나 실제로 지동원이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골을 넣을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부상으로 인해 경기 며칠전만 하더라도 결장이 예고가 되어있었기 때문에 경기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만족했었죠.
사진: 도르트문트 공식홈페이지 (bvb.de)도르트문트vs아우스크부르크 경기가 끝난후 지동원과 바이덴펠러가 악수를 하고있는 모습.
지동원이 골을 성공시킨 뒤 현지 카메라는 곧바로 도르트문트의 위르겐 클롭 감독의 얼굴을 비추는등 여러모로 즐거웠던 경기 였습니다. 선더랜드에서 오랬동안 경기를 출전하지 못해서 다소 경기력에 문제가 있을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그리 큰 문제는 없어 보여서 다행입니다. 또 이날 경기 후반88분 경기 종료를 얼마 안남겨 놓은 시점에서 홍정호 선수가 교체 투입되면서 짧은 시간 이었지만 두 한국 선수들이 나란히 경기장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날 지동원의 골이 너무 임팩트가 컸기 때문에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오르는등 집중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다른 유럽파 선수들의 활약도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동원-홍정호에 이어 마인츠 05의 박주호-구자철 역시 나란히 경기에 나섰는데요. 박주호는 선발로 경기에 출전을 했고 구자철은 교체명단에 포함되어 벤치에서 먼저 시작을 했습니다. 구자철과 동시에 선발 출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팀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은 구자철이였기에 아마 선발로 나서기에는 좀 무리가 따랐던것 같습니다.
먼저 경기장에 투입된 박주호 선수는 경기내내 왕성한 활동량으로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했습니다. 특히 이날은 평소와 달리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습니다. 좀 어려움이 있지않을까 싶었지만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을 연출해 냈습니다. 그리고 후반 59분 드디어 구자철 선수가 경기장에 투입 됐습니다. 마인츠에서의 데뷔 경기였고 두 선 수가 나란히 경기장에 투입되어 활약하는 순간 이었습니다. 아직까지는 팀 동료끼리 융화가 필요해 보이긴 했지만 구자철 선수도 나름 괜찮은 활약을 했고 박주호 선수는 1대1로 균형을 맞추고 있던 후반 87분 결정적인 패스로 팀 동료 잘러의 골을 어시스트 했습니다. 이 골을 곧바로 경기 결승골로 이어졌고 결정적으로 이 경기에서 박주호의 패스가 빛을 바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진: 레버쿠젠 공식홈페이지 손흥민 사진 bayer04.de
손흥민 선수는 어김없이 이날 경기에 선발 출전을 했습니다. 이 경기에서는 손흥민 활약도 기대되었던게 사실이지만 가장 큰 관심거리는 역시 류승우 선수의 데뷔전이였죠. 사실 레버쿠젠으로 임대 이적한다는 소식을 듣고 과연 경기에 나설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긴 했지만 분데스리가 휴식기 동안 펼쳐진 연습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교체명단에 까지 이름을 올리는 기념을 토했습니다. 류승우 선수는 후반 83분 2대2로 균형을 맞추고 있던 상황에서 경기장에 투입 됐습니다. 공교롭게도 교체 아웃된 선수가 손흥민으로 두 선수가 나란히 경기에 나서는 상황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경기장에 투입된 류승우 선수는 다소 긴장된듯한 모습이었지만 이내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서는 조금은 적응이 되는듯 했습니다. 시간이 워낙 짧아 무언가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분데스리가 후반기 시작을 알리는 경기에서 경기장에 투입된 만큼 앞으로도 어느정도 중용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을 해봅니다.
그리고 거의 동시간 대에 잉글랜드에서는 fa컵 경기들이 한창이었습니다. 특히 이청용과 김보경이 소속된 볼튼과 카디프 시티가 fa컵 32강에서 맞붙게 됐고 두 선수 모두 선발로 경기에 나섰습니다. 올해 첫 코리안 더비 가 성사 된 것이죠. 상당히 경기가 흥미롭게 진행이 됐는데. 김보경 선수가 이청용 선수를 향해 옷을 잡아 댕기고 태클을 거는등 상당히 거칠게 플레이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경기는 카디프 시티의 승리로 끝이 났지만 오랜만에 국내 팬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이청용 선수의 플레이는 정말 대단하더군요. 경기내내 공격을 주도하며 상당히 위협적인 플레이를 선보였습니다.
이날 '코리안 데이'의 종지부를 찍은 선수는 psv아인트 호벤의 박지성 선수 였습니다. 분데스리가와 잉글랜드의 경우에는 한국시간 기준 23시 30분과 자정에 킥오프가 됐지만 psv 아인트 호벤 경기는 04시 45분에 펼쳐졌습니다. 이날 박지성 선수 역시 선발로 경기에 나섰습니다. 이날은 주장완장까지 차며 팀을 이끌었는데요. 평소와 같이 성실한 플레이로 경기장 곳곳을 누비면서 왕성한 활동량을 선보였습니다. 몇차례 슛팅을 시도하는등 과감한 모습도 보였습니다만 골을 넣는데는 실패했습니다. 경기는 psv 아인트호벤의 1대0 승리로 끝이났습니다.
앞으로 한국선수들 9명이 또 다시 동시 출격 할 날이 언제 또 올지 모르지만 지난 주말은 축구팬으로서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 선수들이 대거 경기에 나서면서 이렇게 까지 어떤 경기를 봐야할지 고민한적은 처음 인것 같습니다. 또 경기에 나선것에 그치지 않고 골과 어시스트등을 기록했기 때문에 기쁨이 두배 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종종 이렇게 대거 출전하기를 바라면서 남은 시즌동안 우리 한국 유럽파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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